[가능한 사랑(Possible Love)]은 다양한 ‘계층을 확장한 작품’이다. 사회 구조적 계층에 따른 상대적 괴리감과 그것으로부터 오는 불안한 감정을 여실없이 드러낸다. 살아보니 다양한 인간의 감정만큼이나 깊이를 알 수 없는 것이 사회 계층이다. 서로 같은 상황에 놓여 있어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고통의 크기와 생각의 범위가 무한대로 확장될 수 있다.
대량 해고 노동자 당사자인 인물 최호석(배우 설경구 분)이 동료들에게 느낀 배신감과 울분이 이러한 차이 때문에 생긴다. 같은 목적으로 연대를 해도 비즈니스적 관계 정도로만 활동을 하고 그렇게 마음을 주었어야 했지만, 최호석이라는 인물은 더 열성적인 상태로 그 일에 몰입해 있던 사람이고, 이것이 지금의 어린 동료들과는 다른 연대 차이를 보인다. 민주화 사회를 이루기 위해, 군대식 직장 생활에 자신의 목숨을 내놓고 활동하던 최호석이라는 세대와, 비교적 안정적인 사회에 살면서 자신의 관리, 이익을 위해 애쓰는 세대의 연대는 서로 다름을 그(최호석)는 알지 못 했기 때문에, 이러한 활동의 간극, 마음의 간극, 세대 간 계층 문제에 따른 배신감과 울분이 더했으리라 생각된다.
(* 대리 기사로 왔다 돌아간 후배 역시도 최호석의 과거 모습(자기 관리가 안 되는 제멋대로이고 과격한 모습)이 떠올라 진절머리가 나 되돌아 갔을지 모른다. 또 과거를 잊는 과정에 있었기 때문에 피했을 것이다. 이미 지나간 세대, ‘꼰대’라고 불리는 세대의 사람과 불편한 자리를 만들지 않기 위해 자리를 피하는 것처럼, 최호석의 후배 또한 미리 불편할 걸 예상하고 자리를 피했던 게 아닐까 싶다.
후배들을 초대해 술을 마시고자 준비해 두었던 집 마당 야외 대리석 식탁은, 세대 간 생각과 행동의 차이에서 벌어진 괴리감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최호석의 쓸쓸한 마음을 대변한 장치로 쓰인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최호석의 상태와 아들을 돌보는 아내 안미옥(배우 전도연 분)이 있다. 어려운 상태(환경) 속에서도 가정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가 큰 인물이다. 잘못된 남편의 행동을 앞서 끊는다든지, 성장이 더딘 아들을 케어한다든지, 마스크 제조 회사에 다니면서 가정을 지키는 인물이다. 최호석처럼 열성적인 모습은 안미옥에게도 있다. 적극적이고 웃음으로 친근하게 다가가는 모습과, 남편 문제(* 대량 해고에 따른 사측과의 대립)에 있어서도 함께 대응한다. 대량 해고 사태를 다큐멘터리로 만들고자 하는 이예지(배우 조여정 분) 감독의 인터뷰 요청에도, 남편의 복직과 가정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아마도) 오랜 시간 자신이 겪었던 직장 내 불합리함이라든지, 여러 경험과 활동을 거쳐오면서 안미옥이라는 인물도 ‘노동자의 권리’에 관심이 생겼을 테고, 촬영 기회를 삼아 현 직장 내 작은 노조 설립까지 하게 된 게 아닐까 싶다.
촬영 회차가 많아지면서 안미옥과 이예지의 만남도 두드러진다. 장소를 달리 하며 괜찮은 내용이 포착될 때마다 이예지 감독은 카메라를 꺼내 든다. ‘상대의 허락 하’에 진행된 사항들이라 문제는 없다. 단지 안미옥 눈에는 이예지 감독이 입고 오는 옷, 메고 있는 고가의 백(가방)이 궁금하다. 이 옷은 얼마나 될까, 이 백은 얼마나 될까, 단순하게 시작되었을 궁금증이 이예지라는 사람을 볼 때마다 커진다. 그러다 안미옥은 한 마디 했을 것이다. 해고 노동자와 가족을 담는 자리에 너무 화려한 게 아니냐고. 이후로 이예지 감독은 현장에 맞는 다소 추레한 복장으로 등장을 한다. 그러나 이미 두 사람 사이의 상대적 사회 계층 차이는 여실없이 드러난 상태다. 여기에 이예지 감독의 조력자로 등장을 하는 남편 상우(배우 조인성 분)의 멋스러움이 계층의 틈을 더욱 벌려 놓는다.
상우는 생활에 여유가 넘친다. 어떠한 문제에 있어서 뭐든지 해결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여유를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집안 재산이 많아 부족함이 없었을 인물이다. 좋은 차를 몰고, 취미로 클라리넷을 불고, 외국 업체와 큰 계약을 성사시키고, 멋진 별장에 어릴 적 친구를 관리자로 고용하고 있다.
상우와 이예지 부부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내 안에 잠들어 있었을 어떠한 ‘욕구’가 드러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나도 저렇게 멋진 옷을 입고 싶다.’, ‘나도 저렇게 멋진 백을 들고 싶다.’, ‘저 남자가 내 남자였으면 어땠을까.’, ‘스티브 잡스를 닮은 저 사람이 내 사람이었으면 어땠을까.’ 상상을 펼 수 있다. 지금 안미옥의 상황은 ‘자유’를 필요로 하고, 이처럼 주변에 나와 다른 계층의 인물이 있다면 ‘이끌리지 않을 만한 방법’은 많지 않다.
친분이 쌓인 두 가족은 이예지 감독의 제안으로 상우의 별장으로 여행을 간다. 이 별장에서 여러 요소가 한꺼번에 터진다. 장식처럼 진열되어 있던 오래된 호루라기의 존재(* 왜 하필 아들이 호루라기를 갖고 있는가?)가 역사를 되짚게 하고, 별장을 관리하는 상우의 친구(* 하인처럼 보이는 인물, 이 인물은 왜 아들과 어울리고 있는가?), 상우와 안미옥이 둘만 남게 되는 몇 번의 상황 속에서 어떠한 사고를 일으킬까 불안했고, 여러 차례 거절했던 최호석의 인터뷰가 결국 진행이 되며, 마지막 퍼즐을 맞추듯 드러나버린 이예지 감독 순수성의 의문, 제3자의 시선 설정과 액자 구도(* 왜 하필 액자 구도 속에 가족이 있는가? 다른 액자 구도 속에는 아이만 홀로 남겨졌는가?)를 이용한 가족의 상태나 어른을 바라보는 아이의 시선, 이예지, 상우 부부는 기존 ‘자신들의 공간’에서 각각 ‘욕망’을 드러내고, 안미옥(* 왜 하필 아들이 호수를 들어 물을 뿌리고 있는가?)과 최호석 부부는 ‘낯선 곳’에서 각각 ‘자유’를 향해 노력하는 모습이 극적으로 그려진다.
이러한 진행 속에서 그동안 한국 영화를 통해 보았던 효과적인 장치들이 그윽하게 배치된 것을 확인했고, 결국 거대한 하나의 배경을 만들어 냈다.
[가능한 사랑]은 한국 영화 역사의 성장을 선물처럼 포장해 내놓은 작품과 같다. 연기 잘 하는 기라성 같은 배우들을 모아 응축해 내놓은 다이아몬드와 같다. 과거부터 현대까지 이어져오는 다양한 계층(* 노동의 계층, 감정의 계층, 상태의 계층, 상대적 계층 등 여러) 문제를 들여다 보고...
[가능한 사랑(Possible Love)]은 다양한 ‘계층을 확장한 작품’이다. 사회 구조적 계층에 따른 상대적 괴리감과 그것으로부터 오는 불안한 감정을 여실없이 드러낸다. 살아보니 다양한 인간의 감정만큼이나 깊이를...
김성일 · 2026. 9.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