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칩 포스트 갱(Chip Post Gang) 정규 1집 #앨범 [우리가우리라고부르는것들]이 공개되었습니다. 포크라노스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전곡 감상이 가능하네요.
트랙리스트
1. The entrance to the ground that you the SCUMBAG were even embraced
2. Oatmeal
3. Vomit Waterfall Sprinkle Express Flower Intestine
4. Hijacked
5. 예초기
6. INAZUMA
7. 용산
8. 친구와 원수들
9. Penguin Man
10. Long Summer
많은 밴드는 새로운 음악을 만들기 위해 모이지만 정작 시작하는 순간 그 가능성을 스스로 좁히기도 한다. 먼저 원하는 소리를 정하고, 그 소리를 구현할 멤버를 모은 뒤, 이미 존재하는 레퍼런스를 나침반 삼아 목표한 형태에 가까워진다. 이 방식은 상상한 음악을 효율적으로 구현한다. 그러나 목표한 형태에 가까워지는 일이 우선될수록 그 과정에서 뜻밖에 생긴 소리는 발견해야 할 가능성보다 수정해야 할 오차로 취급되기 쉽다. 물론 모든 오차가 새로운 음악적 문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아직 이름 붙지 않은 가능성은 때때로 계획에서 벗어난 순간에 모습을 드러낸다. 칩 포스트 갱은 하나의 정답을 미리 세워두지 않았기에 예상 밖의 소리를 곧바로 오차로 처리할 필요가 없었다. 음악보다 사람이 먼저 모였고, 목표보다 마찰이 먼저 생겼다.
밴드의 시작은 지수민이 심심해서 올린 잼 멤버 모집 트윗 한 줄이었다. 그 글을 계기로 오상욱을 만났고, 드럼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션이 합류했다. 각자 다른 궤적과 취향을 가진 세 사람은 하나의 기준에 서로를 맞추기보다 저마다 멋지다고 생각하는 것을 그대로 밀고 나갔다. 한 사람의 선택은 다른 두 사람의 반응을 불러왔고 그 반응은 다시 처음의 선택을 흔들었다. 세 사람의 연주는 어느 순간 절묘하게 맞물리다가도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어긋났다. 그 사이의 불협은 맥락에 따라 불편한 긴장이 되기도, 낯선 아름다움이 되기도 한다. 이들은 그렇게 생긴 결과를 성공과 실패로 가르지 않고 다음 선택의 조건으로 삼았다. 물론 맞물림과 어긋남을 그대로 두는 것만으로 새로운 음악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서로의 선택을 계속 흔들고 다음 선택을 불러내는 이 관계는 하나의 스타일로 쉽게 굳지 않았다. 그 열린 가능성은 첫 EP [CAVEQUAKE]로 이어졌다.
[CAVEQUAKE] 이후 이들의 활동 반경은 빠르게 넓어졌다. 씬의 여러 사람들이 이들을 반겼고 EP와 라이브는 예상보다 좋은 반응을 얻었다. 자신들이 직접 만들거나 친구들이 마련한 자리를 넘어 크고 작은 여러 무대에 초대되기 시작했다. 무가지를 만들던 컬렉티브 패치룸은 패치코드 페어를 주최한 데 이어 74팀이 참여한 패치룸 페스티벌을 매진시켰다. 오상욱은 즉흥음악에 몰두하는 한편 토론회와 컨퍼런스에 패널로 참여했다. 션은 릴리 잇 머신 활동을 병행하며 펜타포트 페스티벌 무대에도 올랐다. 지수민 역시 이 모든 변화의 한가운데를 함께 통과했다.
그 사이 넓어진 것은 활동의 범위만이 아니었다. ‘Caveman noise rock band’를 자처하며 자신들의 소리를 바깥으로 내던지던 이들은 이제 자신들이 속한 씬을 실감하고, 그 안에서 함께 호흡할 동료들을 만났다. 무대를 나누고 서로의 활동을 지켜보는 동안 무엇을 멋지다 여기고 무엇을 멋지지 않다고 여기는지도 전보다 분명해졌다. 존경하고 응원할 사람도, 한마디 건네고 싶은 사람도 늘었다. [CAVEQUAKE]가 제작 과정과 참여 인원을 극도로 압축해 세 사람의 선택이 서로를 흔드는 순간을 붙잡은 음반이었다면, [우리가우리라고부르는것들]에서는 그 주고받음이 밴드와 주변 사람들의 관계로까지 넓어진다.
앨범의 문을 여는 “The entrance to the ground that you the SCUMBAG were even embraced”는 이 경험들을 함께 지나온 친구 한나의 모습에 자신들을 겹쳐 본 곡이다. 이어지는 “Oatmeal”에서는 여러 밴드에서 드럼을 연주하는 동료 강영조에게 칩 포스트 갱의 눈에 비친 그 모습 그대로 계속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한다. “Hijacked”에는 피치트럭하이재커스가 이 씬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존경이 담겨 있다. 앨범은 동료 음악가 우희준을 향한 오마주인 마지막 트랙 “Long Summer”로 끝난다. 그 밖의 곡들에도 이들이 만난 많은 “친구와 원수들”에게서 받은 영향과 다시 그들에게 건네는 말들이 들어 있다. 이 앨범에서 말을 건네는 쪽과 받는 쪽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 친구도 한마디 들을 수 있고, 원수도 친구가 되며, 인간적으로는 친구지만 음악과 활동에서는 당분간 원수인 사람도 있다.
이들에게 ‘우리’는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만을 뜻하지 않는다. 관계가 지속되고 또 다른 관계로 이어질 자리를 만드는 일까지 포함한다. 칩 포스트 갱이자 패치룸인 이들은 누군가 멋진 씬을 만들어주기를 기다리는 대신 말로는 쉽고 실제로는 꽤 귀찮은 일들을 직접 해낸다. 음악에서는 능숙함과 익숙함에 안주하지 않기 위해 즉흥성으로 가능성을 열고, 활동에서는 동료들과 함께 설 수 있는 판을 만든다.
각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멋진 일을 벌이고, 그 실천은 또 다른 누군가의 실천을 불러낸다. 이들은 그런 연쇄 속에서 씬이 자생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음악적 가능성과 활동의 영역, 관계의 반경을 함께 확장해가는 이 움직임이 곧 이들이 꿈꾸는 ‘우리가 우리라고 부르는 것들’이다.
글: 트왱 from AFM Laboratory
Credits
Produced by 트왱
Production Support by AFM Laboratory
Composed by 칩 포스트 갱
Arranged by 칩 포스트 갱
Guitar by 오상욱
Drums by Sean Yoo
Bass by 지수민
Vocals by 오상욱
Lyrics by 오상욱
Recorded by Aepmah, 김소진 @AFMLaboratory
Mixed and Mastered by Aepmah @AFMLabora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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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칩 포스트 갱(Chip Post Gang) 정규 1집 #앨범 [우리가우리라고부르는것들]이 공개되었습니다. 포크라노스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전곡 감상이 가능하네요.
김성일 · 2026. 9.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