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월 01일에 [낭만을 빌려주는 노인 (Live at ARKO Arts Theater, 2026)]을 발매한 듀오 #밴드 문소문. 포크라노스 유튜브 채널에 풀 앨범이 떠서 듣고 있는데, 좋아서 미치겠다. 익스페리멘탈 스타일에 간간이 드러나는 사이키델릭 기타와 카포코니(김민경) 님의 내레이션과 풍부한 감정의 표현력이 놀랍도록 번뜩인다.
* 할 일이 있어 (당장) 긴 리뷰까지는 못 쓰더라도 극적이고 실험적인, 감정적인 매치를 좋아하는 리스너에게 추천합니다. 라이너 노트는 서정민갑 님이 쓰셨네요. 아래 전문을 올립니다.
앨범 소개
기억난다. 2026년 3월 13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선보인 창작산실 김민경의 공연이. 공식적으로는 카코포니 김민경의 이름을 걸었는데, 실제로는 문소문의 공연이었던 그날 공연에서 받은 충격과 감동을 도무지 잊을 수 없다. 일반적인 콘서트와 달리 정교한 음악극처럼 펼쳐진 공연은 완벽했다. 무대 위의 연주자는 모두 한 몸처럼 움직였고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드라마틱한 사운드는 관객의 심장을 장악했으며 카코포니의 퍼포먼스는 화룡점정처럼 불을 질렀다. 다만 객석의 빈자리가 안타까울 뿐이었다. 이런 공연을 안/못 보다니 싶어 소셜미디어에 열띤 후기를 올렸는데, 다행이다. 이제 이 음반을 들으면 언제든 그날의 실연과 공기로 돌입할 수 있다.
공연은 2026년 2월 19일 문소문이 발표한 정규 음반 [낭만을 빌려주는 노인]을 실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들은 공연의 서사와 주제를 더 완벽하게 전달하기 위해 , , , , 같은 나레이션과 곡을 새로 만들어 추가했다. 무대에는 문소문의 카코포니와 기타리스트 김일로 뿐만 아니라, 베이시스트 김철순, 드러머 박재준(13일)과 이승현(15일), 홍윤스트링(제 1 바이올린 홍윤경, 김윤정, 류새라, 한철희, 제 2 바이올린 홍윤희, 박지현, 홍석기, 비올라 이수아, 정혜선, 첼로 고한솔)까지 올라왔다. 이 음반은 이렇게 많은 음악가와 스태프가 함께 만든 시공간으로 인도한다.
공연이 창조한 세계는 노인이 사라진 미래, 젊음을 봉인하는 미래다. 이미 수많은 예술작품이 선보인 디스토피아적 상상력과 맞닿은 서사는 생명 연장, 기술과 인간의 통합, 삶과 죽음의 정의 등을 질문하는 서이제의 단편소설 에서 출발한다. 문소문의 두 멤버는 이 작품을 근거로 만든 음반을 먼저 발표한 다음, 공연에서는 무대, 조명, 영상, 퍼포먼스, 연주 등으로 가시화했다. 밴드 편성을 기본으로 한 음악은 노이즈를 적극 활용한 일렉트로닉 음악에서 시작해 아트록으로 나아갔다. 소음과 기계적인 질감으로 버무린 소리들은 비인간적 미래라는 설정을 충실하게 극화했으며, 등퇴장을 정교하게 연출한 사운드는 매 순간 무대 위의 배우처럼 활약했다. 문소문은 노랫말과 나레이션, 사운드의 등장과 접합, 충돌로 긴장과 비관으로 가득한 세계를 쌓아 올렸다.
그러다 보니 때때로 실연은 음반에 담은 원곡보다 길어지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어느 한 곡도 함께 연주하고 함께 마무리하는 전형적 전개 방식을 사용하지 않았다. 특히 카코포니는 자신과 문소문의 전작, 그리고 그동안 선보였던 공연에서 그러했듯 극의 주연배우이자 만신처럼 노래하고 춤췄다. 그의 압도적인 아우라는 공연에 빨려 들어갈 만큼 몰입하게 했다. 있는 그대로의 목소리로 곡을 이끌거나, 여러 악기와 노이즈/일렉트로닉 사운드 안에 묻히거나, 자신의 목소리를 찌그러뜨려 변형시키면서 문소문은 매번 다른 속도로 움직였다. 그들의 노래와 연주를 따라 암울한 미래의 풍경들이 하나둘 스쳐 갔다.
공연이 재현한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원작을 젊음을 소거시키는 것이 최선이라고 믿은 인간의 무모한 어리석음에 대한 예언으로 해석한 문소문의 날카로운 시선이 함께 드러났고, 소설 언어를 드라마틱한 음악언어로 재편한 문소문의 능력과 감각 또한 번득였다. 실연과 비 실연, 인공과 비 인공을 뒤섞은 소리들은 미래 세계를 감각으로 체험하게 하면서 소설 속 열망과 절망으로 몰아넣었다. 모든 사운드 연출과 연주는 지독한 고투의 산물이었다. 문소문을 갈아 넣지 않았다면 만들 수 없는 소리와 퍼포먼스의 연속 덕분에 공연장은 순식간에 미래의 시공간으로 돌변했다. 관객은 그곳에서 미래를 지켜보았을 뿐 아니라 미래를 예고하는 예술가까지 목격하는 위치에서 공연에 참여했다. 이것은 관람이 아니라 체험이었다.
게다가 공연의 2부에서 문소문은 돌연 홍윤스트링과 함께 하는 연주로 돌입하면서 판을 키웠다. 음반 수록곡 부터인데, 문소문은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구사하는 밴드일 뿐 아니라 현악기 협연까지 연출하는 밴드로 비상했다. 프로그램과 장비로 만들어낼 수 있는 소리를 부러 인간의 실연으로 쌓으면서 문소문은 음악의 장르를 확대했을 뿐 아니라 공연의 스펙터클까지 키웠다. 사운드의 규모만 커진 게 아니라 무대도 꽉 차면서 관객에게 다가오는 이야기의 부피가 거대해졌다. 연주하고 만들어내는 소리만 출연한 게 아니라 무대 위의 음악가들도 극의 일부로 존재했다. 부러 인간이 악기를 실연하는 방식은 인간의 정의를 반문하는 원작의 시선과 태도를 재현하기 위한 문소문의 장치였을 테다.
사실 어떤 세상이든 일상은 이처럼 화려하거나 극적이지 않아 구질구질하고 지지부진하며 맨송맨송할 가능성이 높은데, 원작을 재창조한 문소문의 음악극은 곡마다 탐미적인 사운드와 낙차 큰 구조로 넘치는 욕망과 오만의 무한한 비상을 재현하고 필연적인 추락과 파멸을 예견했다. 실연과 음악 프로그램과 장비로 만들어낸 소리의 총합은 문소문이 상상해 낸 미래이자 발언이었다. 인류의 모든 역사를 통틀어 인간이 얼마나 어리석은 탐욕의 존재인지 잘 알고 있는 탓에 공연을 통해 보여준 디스토피아는 전혀 낯설지 않은 세계였다.
문소문은 원작을 음악으로 재창조하는 역할만 수행하진 않았다. 카코포니는 “전자레인지 돌리듯 30초면 음악이 만들어지는 세상에서 / 우리는 수 년을 싸우듯이 음악을 만들었어요.”라고 외친다. “귀 없이 듣는 법을 배워도 괜찮아요? / 영혼 없이 음악을 만들어도 괜찮아요? / 눈을 깜박인 적 없이 앞을 보아도 괜찮아요? / 머리를 굴려 생각한 적 없이 생각해도 괜찮아요?”라는 질문은...
06월 01일에 [낭만을 빌려주는 노인 (Live at ARKO Arts Theater, 2026)]을 발매한 듀오 #밴드 문소문. 포크라노스 유튜브 채널에 풀 앨범이 떠서 듣고 있는데, 좋아서 미치겠다. 익스페리멘...
김성일 · 2026. 6. 1.